예쁘게만 보이던 서울의 청계천, 그 속에 숨겨진 사실들
도심의 삭막한 공간에서 잔잔한 물길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들을 안정되게 할까. 실제로 지방에서 2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산, 들과 강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나는 서울이 그렇게 새로울 수 없었다. 출근길마다 숨 쉴 틈 없는 지옥철을 거쳐 수많은 고층빌딩 속 작은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해가지면 서서히 퇴근을 하는 서울사람들. 교통정체, 소음, 매연이 가득한 이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공기와 흐르는 물의 시원함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언제일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난 청계천이 좋았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서울시민들부터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음악이 흐르고 미술전시도 있고,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도 좋아서 매번 그렇게 찾아가게 되는 곳이었다. 이렇듯 청계천이 시민들에게 상징하는 바는 크다.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까? 겉보기엔 너무나도 잘 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이 공간에서 문제의식을 찾는다는 시작점이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환경연합에서 청계천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을 들으면서 놀라움이 컸다.
청계천은 물길이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빨랐다가 느려지는 유속이 있고, 모래와 자갈, 진흙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인데, 청계천은 그렇지 않았다. 산의 계곡들을 거치고 물이 모여서 흘러야하는 물길의 시작점이 사라지고 갑작스레 청계광장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 청계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소비하여 한강에서 물을 끌어오고, 매년 수천마리 물고기를 인공방류하고, 녹조를 청소하는데 매년 수백억을 써야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매년 죽어가고, 막대한 예산을 청계천 유지에 투입해야 하는 등의 불이익을 치르고 있다.
청계천은 왜 이런 비효율적인 과정을 반복하게 된 걸까? 공사과정에서 청계천을 복원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준공하였을 때 땅 속으로 물이 스미지 않게 바닥에 방수포를 깔고, 시멘트를 붓고, 그 위에 물길이 지나가게 만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물은 비나 눈이 내려서 모이는 물이 아니고 한강에서 퍼 올린 물이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재생 순환이 불가능한,‘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는 인공 환경이 되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환경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환경복원이라는 목적보다 성과를 목적으로 행정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차근차근 복원했어야 할 자연 생태계를 4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만든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 시민들이 청계천이 보여주는 좋은 부분만 보고 환경에 대한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부의 개발사업 과정의 허점을 계속해서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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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 철새보호구역에 모인 철새들 / 2011년 12월 27일 사진 : 손민우 |
오는 길에 청계천-중랑천이 만난다는 곳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청계천과는 다른 자연적인 호안이 형성되어 있었고, 습지식물들이 자라나는 자연스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었다.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에게 풍부한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곳이다. 청계천처럼 인간이 보기 좋기만 한 곳이 아니라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찾아 몰리기만 하는 철새들을 보면서, 우리의 환경복원이 누구를 위해 맞춰져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모든 동식물과 공존하기 위한 환경복원인지, 단순히 눈에 보이기에 좋고 우리에게 편리한 환경조성인지. 환경보전과 개발이익의 갈등에서 환경단체 뿐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청계천이 다시 보이게 된 날이었다.
글 : 이세경 서울환경연합 인턴 (충북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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